2026. 9. 16. 07:01ㆍindex_패션 & 소비 💃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코치(Coach)는 '효도템', 즉 엄마들이 즐겨 매는 브랜드라는 이미지가 강했습니다. 그런데 최근 몇 년 사이 코치는 완전히 다른 브랜드로 다시 태어났습니다. 지금은 오히려 'Z세대를 위한 새로운 잇(it) 브랜드'라는 별명까지 얻었는데요. 올드한 이미지를 벗고 젊은 세대의 지갑을 연 코치의 리브랜딩 전략을 살펴봤습니다.

1. 숫자로 보는 코치의 반등
코치의 변화는 매출 데이터로 명확하게 확인됩니다. 코치를 운영하는 태피스트리(Tapestry)의 발표에 따르면, 코치 글로벌 매출은 2020 회계연도 32억 2,570만 달러(약 4조 4,046억 원)에서 2024 회계연도 49억 6,040만 달러(약 6조 7,773억 원)로 4년 사이 약 1.5배 성장했습니다.
한국 시장에서도 비슷한 흐름이 나타났습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코치를 국내에서 전개하는 코우치코리아리미티드는 2025 회계연도(2024년 7월~2025년 6월) 기준 매출 약 810억 원을 기록했는데, 이는 전년 대비 25% 성장한 수치입니다. 2021 회계연도부터 650억 원대에 머물던 매출이 드디어 반등세로 돌아선 셈입니다. 영업이익은 36억 원으로 전년 대비 66% 급증했습니다.

2. 변화의 시작, '태비백'
이 반등의 핵심에는 태비백(Tabby Bag)이 있습니다. 태비백은 1970년대 코치 아카이브 디자인에서 출발한 실루엣으로,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스튜어트 베버스(Stuart Vevers)가 2019년 가을 이를 현대적인 다기능 숄더백으로 재해석해 다시 선보였습니다. 위르겐 텔러가 촬영한 "Dream It Real" 캠페인과 함께 공개됐고요.
코치는 이 오래된 디자인을 그대로 복원하는 대신, 크기와 소재, 컬러를 계속 변주하며 새로운 세대가 받아들일 수 있는 가방으로 만들었습니다. 2021년에는 패딩 재질로 베개처럼 푹신한 느낌을 주는 '필로우 태비백'을, 2024년에는 퀼팅·체인 스트랩 버전을 선보이며 라인업을 계속 확장했습니다. 복고 감성의 클래식한 디자인에 그때그때 유행하는 소재를 접목하는 방식으로, 기존 코치의 '올드함'과 요즘 유행하는 '뉴트로' 감성을 동시에 만족시킨 셈입니다.



3. 유튜브·틱톡을 탄 '생애 첫 명품백'
디자인 변화만큼이나 중요했던 건 소통 방식의 변화였습니다. 유튜브에는 'My first luxury bag(마이 퍼스트 럭셔리 백)'이라는 제목의 숏폼 콘텐츠가 크게 늘었고, 미국을 비롯한 해외에서는 생애 첫 명품 가방으로 코치 백을 사는 것이 하나의 유행이 됐습니다.
이 흐름은 실제 데이터로도 확인됩니다. 2023년 미국 투자은행 파이퍼 샌들러(Piper Sandler)가 진행한 반기 소비자 트렌드 설문(Z세대 응답자 약 9,000명 대상)에서, 코치는 선호하는 가방 브랜드 1위(19%)로 꼽혔습니다.
코치가 재미있는 지점은 바로 여기 있습니다. 코치는 에르메스나 샤넬처럼 접근하기 어려운 초고가 명품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흔한 패스트패션 브랜드도 아닙니다. 이른바 '접근 가능한 프리미엄(affordable luxury)' 포지션인데, 이 애매한 듯한 가격대가 오히려 Z세대에게는 '첫 번째 디자이너 백' 혹은 '첫 번째 럭셔리 백'으로 삼기에 딱 알맞은 위치였습니다.


4. 앰버서더 전략 — 각국의 '핫한 인물'을 활용하다
코치는 국가별로 Z세대에게 인기 있는 인물을 브랜드 앰버서더로 기용하는 전략을 폈습니다. 미국에서는 릴 나스 엑스(Lil Nas X), 한국에서는 (여자)아이들의 소연, 이영지 등을 앰버서더로 내세웠습니다. 서울 성수동에 팝업스토어를 여는 등 국내에서도 젊은 세대와의 접점을 늘리는 시도를 이어갔습니다.


5. 다만 모든 시도가 성공적이었던 건 아니다
흥미로운 지점은, 이 마케팅 전략이 늘 좋은 평가만 받은 건 아니라는 점입니다. 이영지와 함께한 'Find Your Courage' 캠페인 영상은 "통통 튀는 이미지가 우스꽝스럽게 표현됐다"는 비판을 받기도 했습니다. 실제 유튜브 댓글에도 "코치가 왜 이런 콘셉트로 갔는지 모르겠다", "MZ를 표현하려는 의도가 과잉 연출처럼 느껴진다"는 반응이 적지 않았습니다.
이는 브랜드가 특정 세대의 이미지를 인위적으로 연출하려 할 때 생길 수 있는 리스크를 보여줍니다. 다만 이런 시행착오에도 불구하고, 매출 데이터가 보여주듯 전체적인 리브랜딩 전략 자체는 성과를 거뒀다고 볼 수 있습니다.

💡 정리하면
전략 내용
| 상품 | 1970년대 아카이브를 재해석한 태비백(2019년 첫 출시) |
| 소재 | 패딩·퀼팅·체인 등 소재 변주를 통한 지속적 라인 확장 |
| 콘텐츠 | 유튜브·틱톡의 '생애 첫 명품백' 트렌드에 올라탐 |
| 인물 마케팅 | 국가별 Z세대 인기 인물을 앰버서더로 기용 |
| 오프라인 | 성수동 등 팝업스토어로 젊은 세대와 접점 확대 |
| 가격 포지션 | 초고가 명품과 패스트패션 사이, '접근 가능한 프리미엄' |
| 결과 | 글로벌 매출 4년간 약 1.5배, 국내 매출 전년 대비 25% 성장 |
결국 코치가 성공한 이유는 '엄마 가방'이라는 과거를 완전히 버렸기 때문이 아닙니다. 태비백도 전혀 새로운 디자인이 아니라 1970년대 아카이브에서 가져온 것이고, 클래식한 C 로고도, 가죽 제품이라는 브랜드 정체성도 그대로 유지했습니다. 대신 코치는 그 오래된 자산에 뉴트로 소재, SNS 콘텐츠, 젊은 셀럽, 그리고 접근 가능한 가격대라는 조합을 새로 입혔습니다.
어쩌면 코치의 리브랜딩은 '젊어지는 것'이 아니라, 과거를 젊은 세대의 언어로 번역하는 일이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리고 이게 코치가 '엄마 가방'에서 다시 '잇백'으로 돌아온 가장 흥미로운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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