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 9. 28. 07:37ㆍindex_패션 & 소비 💃
버버리 하면 누구나 체크무늬와 트렌치코트를 떠올립니다. 그런데 이 확고한 정체성을 가진 브랜드도 한때 크게 흔들렸던 시기가 있었습니다. 왜 흔들렸고, 어떻게 다시 방향을 잡아가고 있는지 정리해봤습니다..

1. 체크무늬가 너무 많아지면서 생긴 피로감
버버리는 1856년 토머스 버버리가 설립한 브랜드로, 방수 원단 개버딘과 트렌치코트, 그리고 브랜드 고유의 체크무늬(원래 이름은 '노바체크')로 잘 알려져 있습니다.
그런데 이 체크무늬가 너무 광범위하게 쓰이면서 문제가 생겼습니다. 특히 일본 시장에서는 1990년대부터 버버리 블루라벨·블랙라벨 같은 현지 전용 서브 브랜드가 큰 인기를 끌었는데, 2010년대 들어 아베노믹스로 해외 관광객이 늘고 해외직구가 활성화되면서, 일본 내수용으로만 팔리던 이 서브 브랜드 제품들이 전 세계로 퍼져나가기 시작했습니다. 원조 버버리와 격이 다른 라이선스 제품이 뒤섞이면서 브랜드 가치에 대한 우려가 생긴 것입니다. 시그니처 체크무늬 자체도 지나치게 흔해지면서, 소비자들이 피로감을 느끼기 시작했습니다.


2. 리카르도 티시의 시도 — 현대화는 했지만 매출은 아쉬웠다
2018년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영입된 리카르도 티시는 브랜드를 현대화하는 데 집중했습니다. 새로운 모노그램(TB 로고)을 정립했고, 체크무늬 이름도 '헤이마켓 클래식 체크'로 다시 바꿨습니다. 클래식한 트렌치코트 중심에서 벗어나 다양한 카테고리로 브랜드를 확장하려는 시도이기도 했습니다.
다만 4년간의 재임 기간 동안 매출 증대는 기대에 못 미쳤습니다. 사임 직전 주주총회에서는 브랜드 활력과 매출 개선을 위한 변화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왔고, 결국 2022년 9월, 뉴욕타임스가 '충격적인 헤어짐'이라고 표현할 정도로 갑작스럽게 사임했습니다.

3. 다니엘 리의 복귀 — 브랜드가 사랑받은 이유로 돌아가다
후임으로 영입된 다니엘 리는 보테가 베네타에서 조디백·카세트백 같은 히트작을 만들며 '뉴 보테가' 시대를 이끈 인물이었습니다. 그의 영입 소식만으로 버버리 주가가 4.4% 오를 정도로 업계의 기대가 컸습니다.
2023년 2월 데뷔 컬렉션에서 다니엘 리는 이전과는 다른 방향을 택했습니다. 새로운 로고와 폰트, 에퀘스트리안 나이트 심벌을 선보이면서도, 브랜드의 근본이었던 트렌치코트와 체크무늬를 다시 중심에 세웠습니다. 전지현, 스켑타, 샤이걸, 라힘 스털링 등이 참여한 캠페인도 화제를 모았습니다. 2026년에는 창립 170주년을 기념해 런던 옛 어시장에서 공개한 가을/겨울 컬렉션에서도 트렌치코트를 다시 핵심 아이템으로 내세웠습니다.


4. 다만 비평적 호평과 상업적 성공은 다른 문제였다
여기서 짚고 넘어갈 부분이 있습니다. 다니엘 리의 복귀 이후 방향성에 대해서는 업계에서 대체로 호평하는 분위기입니다. 그런데 2024년 7월, 다니엘 리 영입에도 불구하고 매출 부진이 계속되자 버버리는 CEO를 조너선 아케로이드에서 조슈아 슐먼으로 교체했습니다. 평가는 좋았지만 매출은 제자리걸음이었고, 마진율과 주가도 큰 폭으로 하락한 상태였다는 게 최근까지 확인되는 상황입니다.
즉 '브랜드가 사랑받은 이유로 돌아간다'는 방향 자체는 옳은 선택으로 평가받고 있지만, 그 방향이 실제 매출 회복으로 확실히 이어졌다고 단정하기에는 아직 이릅니다.
5. 개인적으로 느낀 지점 — 소비자 입장에서 본 딜레마
여기서부터는 순전히 개인적인 소비자 시각입니다. 저 역시 버버리 매장에 마지막으로 간 게 언제인지 기억이 안 날 정도로 오래됐습니다. 체감상 리카르도 티시 시절 로고를 바꾸면서 가방에 새로운 장식을 달았을 때, 그 실루엣이 어쩐지 다른 브랜드의 로고 장식과 비슷하게 느껴지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체크무늬 자체가 여기저기서 워낙 많이 따라 하다 보니 다소 흔한 느낌이 들었고, 주변에서 연령대가 있으신 분들이 즐겨 입는 패턴으로 인식되면서 젊은 세대 입장에서는 오히려 손이 잘 안 가는 아이템이 되어버린 것 같습니다. 그렇다고 확실히 힙한 브랜드로 느껴지는 것도 아니고, 클래식하다고 하기에도 애매한, 포지션이 다소 붕 뜬 인상을 받았습니다. 개인적으로 더 젊고 파격적인 느낌을 원한다면 발렌시아가, 더 세련된 느낌을 원한다면 셀린느, 소재 자체의 만족감을 원한다면 보테가 베네타 쪽으로 먼저 눈이 가는 편이었습니다.
소장하고 있는 트렌치코트도 있지만, 활동성이 다소 답답하게 느껴져 오랫동안 손이 가지 않았던 것도 사실입니다. 물론 이건 어디까지나 한 소비자의 주관적인 경험이고, 브랜드에 대한 애정과 평가는 사람마다 다를 수 있습니다. 다만 다니엘 리 체제 이후의 변화가 이런 개인적인 거리감까지 좁혀낼 수 있을지는, 앞으로 좀 더 지켜봐야 할 것 같습니다.


💡 정리하면
| 시기 | 담당자 | 전략 | 결과 |
| 2018~2022 | 리카르도 티시 | 모노그램 현대화, 카테고리 다각화 | 매출 기대 이하, 갑작스러운 사임 |
| 2022~현재 | 다니엘 리 | 트렌치코트·체크 등 헤리티지로 회귀 | 비평적 호평, 매출 회복은 진행 중 |
| ~2018년 이전 | 크리스토퍼 베일리 등 | 체크무늬 확장, 서브 브랜드 라이선스 | 브랜드 과다 노출, 소비자 피로감 |
버버리 사례가 보여주는 건 '새로운 시도가 항상 답은 아니'라는 단순한 교훈만은 아닌 것 같습니다. 오히려 브랜드가 사랑받았던 이유로 돌아가는 것과, 그것이 실제 매출로 증명되는 것 사이에는 시간과 조건이 더 필요하다는 걸 보여주는 사례에 가깝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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