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 10. 3. 07:53ㆍindex_패션 & 소비 💃
'저렴이 ○○'라는 표현은 본래 명품과 비슷한 느낌을 주는 저가 대체 상품을 가리키는 말이었습니다. 그런데 유니클로 콜라보레이션의 경우, 별명만 보고 넘기기엔 아까운 지점이 있습니다. 실제로 협업에 참여한 디자이너들의 이력을 살펴보면, 하이엔드 브랜드를 이끌었거나 현재 이끌고 있는 인물들이 상당수이기 때문입니다.
디자이너의 경력과 출시 당시의 시장 반응을 함께 정리해두면, 어떤 콜라보레이션에 왜 그런 별명이 붙는지, 그리고 어떤 협업이 실제로 화제가 되었는지를 판단하는 데 도움이 됩니다. 이 장르 자체는 유니클로가 아니라 H&M에서 먼저 시작되었다는 점도 함께 짚어볼 부분입니다.

원조 격 — +J(질 샌더): 명동에 100m 줄을 세운 사건
현재 이어지고 있는 콜라보레이션 문화의 원조 격은 2009년 진행된 질 샌더와의 '+J' 라인입니다. 2009년 10월 첫 출시 당일, 유니클로 명동점에는 매장 오픈 전부터 100m가 넘는 줄이 늘어섰고, 강남점과 압구정점에도 인파가 몰렸습니다. 준비된 물량은 오픈과 동시에 소진되었고, 매장 전시용 디스플레이 제품까지 판매될 정도였습니다. 론칭 하루 만에 매출 6억 5천만 원을 기록했다는 기록도 남아 있습니다.
주목할 부분은 그 이후입니다. 2019~2020년, 일본 제품 불매운동으로 유니클로 매출이 급락하던 시기에 +J가 재출시되었는데, 이 시기에도 명동중앙점 앞에 100명 넘는 줄이 서고 오픈 5분 만에 주요 상품이 품절되는 상황이 벌어졌습니다. 당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유니클로 질샌더 컬렉션에 140만 원을 지출했다"는 구매 인증 글이 화제가 되기도 했습니다. 불매운동이라는 변수조차 뚫어낸 셈이어서, '질샌더 카드'는 유니클로 입장에서 일종의 흥행 보증수표로 여겨지고 있습니다. 2026년 1월에도 인기 아이템 위주의 복각 재출시가 진행된 것으로 보아, 지금까지 꾸준히 소환되는 라인이라 할 수 있습니다.
UNIQLO : C — 지방시 출신 클레어 웨이트 켈러의 데일리웨어
클레어 웨이트 켈러는 지방시와 끌로에의 아티스틱 디렉터를 거친 인물입니다. 2018년 해리 왕자와 메건 마클의 왕실 결혼식 웨딩드레스를 디자인해 이름을 알렸고, 2019년에는 타임지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인물 100인'에 선정되기도 했습니다.
2023년부터 유니클로와 함께 'UNIQLO : C'를 이끌고 있으며, 우아하면서도 입기 편한 데일리웨어를 지향합니다. 2026 F/W 시즌 테마는 'Precision in Softness'로, 볼륨감과 텍스처, 컬러 포인트를 조합한 것이 특징입니다. 보르도, 브라운 계열에 소프트 옐로와 블러시 핑크를 더한 컬러 팔레트와, 한층 고급스러워진 캐시미어 니트·소프트 트라우저·이탈리안 레더 벨트 같은 아이템이 이번 시즌의 핵심으로 소개됐습니다. '저렴이 지방시'라는 별명이 단순한 과장은 아닌 셈입니다.
Uniqlo U — 르메르가 이끈 10년, 그 마지막 챕터
Uniqlo U는 유니클로 콜라보레이션 중에서도 가장 오래되고 상징적인 라인입니다. 본인 이름을 건 미니멀 브랜드 '르메르(LEMAIRE)'로 잘 알려진 크리스토퍼 르메르가 파리 R&D 센터 팀과 함께 디자인을 맡아왔고, 최근에는 공동 아티스틱 디렉터 사라 린 트란과 함께 작업하고 있습니다.
이번 2026 F/W 컬렉션은 두 사람이 함께한 Uniqlo U '첫 번째 여정'의 마지막 시즌으로 알려졌습니다. 거의 10년에 걸쳐 이어진 챕터가 이번 시즌으로 일단락되고, 이후 새로운 챕터로 이어질 예정입니다.

UNIQLO and JW ANDERSON — 로에베 전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와의 10년 파트너십
조너선 앤더슨은 2008년 자신의 브랜드 JW ANDERSON을 론칭했고, 이후 로에베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활동하며 국제적인 주목을 받은 인물입니다. 유니클로와는 2017년부터 콜라보레이션을 이어오고 있는 오랜 파트너이기도 합니다. 이 협업은 다른 라인처럼 '오픈런' 형태의 화제성보다는, 매 시즌 꾸준히 이어지는 것이 특징입니다. 2023년 기준 이미 11번째 컬렉션이 출시되었고, 2025년 F/W까지 이어지고 있습니다.
참고로 조너선 앤더슨은 로저 페더러의 유니클로 컬렉션 디자인에도 참여한 바 있습니다.
이네스 드 라 프레상쥬 — 샤넬의 오랜 뮤즈가 만든 여성 라이프웨어
프랑스 출신 모델이자 아트 디렉터인 이네스 드 라 프레상쥬는 오랜 기간 샤넬의 뮤즈이자 앰버서더로 활동해온 인물입니다. 2014년부터 유니클로 여성 라이프웨어 라인을 담당하고 있으며, 파리지엔 특유의 캐주얼하면서도 세련된 무드를 특징으로 합니다.
원조는 유니클로가 아니라 H&M — 칼 라거펠트로 시작된 장르
'패스트패션 x 럭셔리 디자이너' 콜라보레이션이라는 장르 자체를 만든 것은 H&M입니다. 2004년 샤넬의 수장 칼 라거펠트와 협업하면서 이 흐름이 시작되었습니다. 이후 스텔라 매카트니, 베르사체, 지방시, 메종 마르지엘라 등 하이엔드 디자이너들과의 협업이 꾸준히 이어졌습니다.
2015년, '발망게돈' 사건
H&M 콜라보레이션 역사에서 가장 극적인 사례로 꼽히는 것이 2015년 발망(Balmain)과의 협업입니다. 출시 며칠 전부터 명동 H&M 매장 앞에 텐트를 치고 노숙하는 인원이 등장했고, 대기 줄은 400명까지 늘어났습니다. 출시 당일에는 고성과 몸싸움까지 벌어지는 상황이 발생했고, 이 장면이 지상파 뉴스에 보도될 정도로 화제가 되었습니다.
문제는 그 이후였습니다. 리셀러들이 대거 개입하면서 정가 39만 9천 원짜리 레더팬츠 등의 제품에 웃돈이 붙어 재판매되는 사례가 이어졌고, 결국 정상적으로 구매한 소비자들조차 리셀러로 오인받는 상황이 벌어지며, 정가 이하로 판매되는 사례도 나타났습니다.
이 학습 효과 때문인지, 1년 뒤 진행된 겐조와의 협업에서는 리셀러들의 대기 행렬이 있었음에도 2015년과 같은 수준의 혼란은 재현되지 않았습니다. H&M이 온라인 구매 옵션을 확대한 것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입니다. 하나의 사건이 시장의 소비 패턴 자체를 바꾼 사례라 할 수 있습니다.
유니클로의 +J, JW 앤더슨, UNIQLO : C 사례는 장기간 이어지는 협업으로 브랜드의 한 축을 이뤘고, H&M x 발망은 반대로 한 번의 화제성이 얼마나 빠르게 역풍이 될 수 있는지 보여준 사례입니다. 두 브랜드를 나란히 보면 '콜라보레이션의 흥행'과 '콜라보레이션의 리스크' 사이 경계가 생각보다 좁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그래서 다음번에 유니클로에서 '르메르 느낌이 난다', '지방시 같다'는 말을 듣는 옷을 발견한다면, 제품만 보지 말고 그 옷을 만든 사람이 누구인지 한 번 찾아보는 것도 재미있습니다. 생각보다 우리가 평범하게 입는 옷 뒤에 꽤 화려한 패션 경력이 숨어 있을지도 모르니까요.
Sources
- 유니클로 앞 100m 줄, 질샌더 컬렉션 재출시 - 머니투데이
- 140만원 지출, 일단 다 샀다…유니클로 품절 대란 - 한국경제
- 유니클로 앞 100명 줄서고, 품절 사태까지…질샌더 뭐길래 - UPI뉴스
- 유니클로 x 질샌더 +J 복각 컬렉션 재출시 - 럭드
- 2026 F/W 유니클로 라이프웨어 컬렉션 프리뷰 - W코리아
- 유니클로, 지방시 디렉터 클레어 웨이트 켈러 맞손 - 쿠키뉴스
- Uniqlo U, 르메르·사라 린 트란의 마지막 시즌 - 에스콰이어코리아
- 유니클로 and JW 앤더슨 23FW 컬렉션 - 마리끌레르코리아
- 로저 페더러와 조나단 앤더슨의 유니클로 콜라보 비하인드 - GQ코리아
- '샤넬 디자이너' 참여한 H&M 역대 콜라보 - 인사이트
- 발망-H&M 출시…순번 입장·구매제한에도 '아수라장' - 서울신문
- H&M X 발망 출시일, 그야말로 아수라장 - 허프포스트코리아
- 2015년 발망/H&M 콜라보레이션 리셀러 대란 - 나무위키
- UNIQLO : C 2026 F/W 공식 컬렉션 소개 - UNIQLO.com
- UNIQLO : C FW26, 캐시미어·코듀로이 컬렉션 - Hypebae Kor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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