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물백, 이제 샤넬 아니어도 되는 이유

2026. 10. 1. 07:17ㆍindex_패션 & 소비 💃

한때 예물백 하면 거의 자동으로 샤넬 클래식백이 떠올랐습니다. 그런데 요즘은 예비 신부들 사이에서 "꼭 샤넬이어야 하나"라는 고민이 늘고 있습니다. 왜 이런 흐름이 생겼는지 정리해봤습니다.

 

샤넬 클래식백
이미지 출처 - 샤넬 공식홈페이지


1. 사실 예물, 원래는 이렇게 소박했다

지금은 명품 브랜드부터 떠올리지만, 한국의 예물 문화가 처음부터 이랬던 건 아닙니다. 조선시대만 해도 금속 가공 기술의 한계로 구리·니켈 합금 반지가 예물로 쓰였고, 한국전쟁 이후에는 미군이 버린 탄피를 녹여 반지를 만들 정도로 사정이 열악했습니다. "예물은 곧 금"이라는 공식이 자리 잡은 것도 1970년대, 경제가 성장하고 금에 대한 접근성이 높아지면서부터였습니다.

서양 명품 브랜드가 예물의 영역까지 들어오게 된 건 훨씬 최근입니다. 1987년 민주화운동과 해외여행 자유화를 거치며 사치품에 대한 사회적 거부감이 옅어졌고, 이 무렵부터 '사치품' 대신 '명품'이라는 표현이 자리 잡기 시작했습니다. 이후 명품 소비가 대중화되면서, 이제는 백화점 명품관의 까르띠에 러브링이 '국민 예물 반지'로 불릴 정도로 예물의 기준 자체가 바뀌었습니다. 예물백 문화도 이런 흐름 위에서 자연스럽게 자리 잡은 것으로 보입니다.

참고로 이렇게 특정 명품 브랜드·모델을 놓고 비교하며 고르는 예물 문화는, 다른 나라에서는 뚜렷한 사례를 찾기 어려웠습니다. 중국의 '차이리'나 인도의 결혼 지참금 문화처럼 결혼과 함께 무언가를 주고받는 관습은 여러 나라에 있지만, 대체로 현금이나 부동산 중심이지 "이 브랜드의 이 모델"까지 구체적으로 논의되는 경우는 한국만큼 두드러지지 않는 것 같습니다.


2. "스몰이 1,800만 원?" 2천만 원에 육박한 클래식백

샤넬은 2026년 한 해에만 벌써 다섯 차례 가격을 인상했습니다. 가장 최근인 7월 인상으로 클래식백 미디엄은 1,790만 원에서 1,880만 원으로, 스몰은 1,720만 원에서 1,808만 원으로 올랐습니다. 라지·맥시 사이즈도 비슷한 폭으로 조정되며 각각 2천만 원 안팎, 2천만 원을 훌쩍 넘는 수준까지 올라선 것으로 보입니다. 예물로 흔히 선택되던 미디움·라지 사이즈 기준으로도 이미 2천만 원에 가깝거나 이를 넘어서는 셈입니다.

클래식백은 오랫동안 결혼 예물 가방으로 선호되어 온 대표 모델이었던 만큼, 이 가격대는 예비 신부들 입장에서 부담이 클 수밖에 없습니다.

 

이미지 출처 - 샤넬 공식홈페이지


3. 심지어 샤넬 안에서도 '클래식'을 벗어나는 흐름

흥미로운 건, 샤넬을 포기하지 않은 경우에도 선택지가 달라지고 있다는 점입니다. 예전에는 예물백 하면 당연히 클래식백을 골랐지만, 요즘은 실제로 자주 들 수 있는 실용적인 가방을 선호하는 경향이 뚜렷해졌습니다. 결혼식장에 가면 클래식백을 든 하객을 꼭 마주친다는 우스갯소리가 나올 정도로, 클래식백이 예물로는 너무 흔해졌다는 인식도 있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요즘은 예물을 고민하는 분들 사이에서 "샤넬 22백이냐 25백이냐"를 두고 저울질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2022년 출시된 22백은 캐주얼하면서도 실용적인 데일리백으로 꾸준히 사랑받아왔고, 2025년 새로 나온 25백은 클래식한 퀼팅·체인 디테일은 유지하면서도 호보백 실루엣과 사이드 포켓으로 훨씬 캐주얼한 무드를 낸 모델입니다. "모셔두는 예물백보다 매일 쓸 수 있는 트렌디하고 실용적인 백"을 원한다는 게 이런 고민의 배경으로 보입니다.

흥미로운 건 이런 흐름이 샤넬만의 이야기가 아니라는 점입니다. 디올에서도 비슷한 고민이 있습니다. 예물백으로 꾸준히 언급되는 레이디 디올은 우아하고 격식 있는 자리에 강하지만, 사이즈별로 마이크로 540만 원부터 라지 960만 원까지 가격대가 상당합니다(명품 브랜드 플래그십 핸드백 중 레이디 디올보다 비싼 건 델보 브리앙·루이비통 카퓌신·샤넬 클래식·에르메스 버킨·켈리 정도뿐이라고 알려져 있습니다). 그래서 디올 무드는 유지하면서 결혼 후에도 매일 들기 좋은 '카로' 라인으로 눈을 돌리는 경우도 늘고 있습니다. 결국 "예물은 예물답게 갖고 싶지만, 결혼하고 나면 자주 들 가방이 더 좋다"는 같은 고민이 여러 브랜드에서 동시에 나타나고 있는 셈입니다.

 

샤넬25백 - 이미지 출처 - 샤넬 공식홈페이지


4. 로고리스 럭셔리, 대안으로 부상한 델보(Delvaux)

이런 흐름 속에서 벨기에 브랜드 델보가 대안으로 주목받았습니다. 델보는 1883년 벨기에 왕실로부터 공식 가죽제품 납품업체로 임명된,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럭셔리 하우스 중 하나이기도 합니다. 과도하게 로고를 드러내지 않으면서도 은근한 품격을 지닌 디자인 덕분에, 델보 역시 가격이 계속 오르고 있지만 샤넬만큼 가파른 인상 폭은 아니었다는 인식이 퍼지면서 예물백 후보로 떠오른 것으로 보입니다. 다만 오래 소장할 것을 전제로 하는 예물백 특성상, 소재나 관리에 대한 후기를 꼼꼼히 찾아보고 결정하시는 걸 추천드립니다.

델보 브리앙백 - 이미지 출처 : 델보 공식 홈페이지


5. 가방 대신 주얼리를 선택하는 흐름도

이와 함께 예물을 가방 대신 주얼리로 하자는 움직임도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반클리프 아펠이나 까르띠에는 물론, 부쉐론·쇼메 같은 하이주얼리 브랜드도 예비 신혼부부들이 선호하는 예물 브랜드로 꾸준히 꼽힙니다. 특히 쇼메는 프랑스 왕실과 연결된 역사를 지닌 브랜드로, 국내에서도 격식 있는 웨딩 주얼리 선택지로 자리 잡아왔습니다.

다만 이 흐름에도 아이러니가 있습니다. 최근 금값이 계속 오르면서, 주얼리 역시 가방 못지않게 가격 부담이 커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결국 "가방이 비싸서 주얼리로 눈을 돌렸는데, 주얼리도 만만치 않다"는 이야기가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인 것 같습니다.

 

이미지 출처 - 까르티에 공식 홈페이지


6. 예물, 후회 없이 고르려면 체크할 것들

브랜드나 모델을 정하기 전에 한 번쯤 짚어보면 좋을 기준들을 정리해봤습니다.

  • 결혼식 날 하루만 예쁜 가방인지, 결혼 후에도 계속 들 가방인지 구분해보기: 예물이라고 해서 격식만 따지면, 정작 신혼여행 다녀오고 나서는 옷장 안에서 잠만 자는 가방이 될 수 있습니다.
  • 평소 옷 스타일과 어울리는지 먼저 확인하기: 아무리 유명한 라인이어도 본인 스타일과 안 맞으면 손이 잘 안 가게 됩니다.
  • 구매 전 실사용 후기·소재 특성을 검색해보기: 오래 소장할 것을 전제로 하는 물건인 만큼, 관리법이나 내구성 관련 후기를 미리 찾아보면 나중에 당황할 일이 줄어듭니다.
  • 매장 재고 상황도 미리 확인하기: 인기 라인일수록 원하는 사이즈·컬러를 원하는 시점에 구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으니, 결혼식 일정에 맞춰 여유 있게 알아보는 게 안전합니다.
  • 예산 안에서 '이 정도면 만족한다'는 기준을 먼저 정하기: 주변 시선이나 유행보다, 두 사람이 감당할 수 있는 선을 먼저 정하고 그 안에서 고르는 편이 후회가 적습니다.

결국 예물백이든 주얼리든, 격식과 실사용성·예산이라는 세 가지 사이에서 본인만의 균형점을 찾는 게 핵심인 것 같습니다.


💡 한눈에 보는 예물 트렌드 요약

예물 문화의 역사 구리·니켈 반지(조선~한국전쟁) → 금(1970년대) → 명품(1987년 이후)
샤넬 클래식 2026년 다섯 차례 인상, 스몰 1,808만~미디움 1,880만 원 (7월 인상 반영)
샤넬 내 이동 클래식 대신 실용적인 22백·25백 고민하는 경향 확산
디올 내 이동 격식 있는 레이디 디올 대신 데일리용 카로로 눈 돌리는 경우 증가
대안 브랜드 벨기에 왕실 납품업체 이력의 로고리스 럭셔리 '델보' 부상
주얼리 전환 반클리프·까르띠에·부쉐론·쇼메 등으로 이동, 금값 상승으로 부담은 여전

 

결국 예물 선택의 기준이 "남들이 다 하는 브랜드"에서 "나의 예산과 라이프스타일에 맞는 가치 소비"로 점차 바뀌어가고 있는 것 같습니다. 가방이든 주얼리든, 오르는 가격 앞에서는 다들 비슷한 고민을 하고 있는 셈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