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키니진 다시 유행할까?|구찌·셀린느·프라다는 왜 다시 스키니일까

2026. 9. 24. 07:34ㆍindex_패션 & 소비 💃

스키니진은 이제 끝났다고 생각했습니다. 몇 년째 와이드 팬츠와 배기진을 입다 보니, 다리에 달라붙는 청바지를 다시 입을 일은 없을 것 같았거든요.

그런데 최근 런웨이를 보다 보니 이상했습니다. 끝났다던 스키니진이 계속 나오고 있습니다. 그것도 이름만 걸친 정도가 아니라, 꽤 작정하고요. 그래서 2026 FW와 이어지는 2027 SS 컬렉션까지 찾아봤습니다. 정말 스키니진이 돌아오고 있는 건지, 아니면 패션계가 또 한 번 우리를 시험하는 건지 궁금해서요.

 

스키니진을 착용한 남자모델스키니진 착용한 여자 모델


1. 스키니진은 끝났다는데, 런웨이에서는 계속 나온다

한동안 스키니진을 다시 입고 싶지 않다는 분위기가 강했습니다. 와이드 팬츠에 익숙해진 만큼, 다시 다리에 달라붙는 실루엣이 부담스럽게 느껴지는 게 당연했습니다. 그런데도 주요 디자이너 하우스들은 2025 F/W와 2026 S/S 시즌부터 스키니 실루엣을 계속 밀어붙였고, 26FW에 이르러서는 런웨이 곳곳에서 뚜렷하게 확인되는 흐름이 됐습니다.


2. 확인된 브랜드별 사례

구찌 — 스키니가 이렇게까지 돌아온다고?

뎀나가 이끄는 구찌의 2026 FW 컬렉션에서는 로우라이즈 스키니 팬츠와 몸에 밀착되는 세컨드 스킨 스타일이 눈에 띄었습니다. 머슬 티셔츠에 낮게 걸친 스키니 팬츠, 퍼 슬리퍼를 조합한 스타일은 온라인에서 '구찌맥싱(Guccimaxxing)'이라는 표현까지 등장시켰고요. 울 저지, 스판덱스, 레더, 레이스 등 소재도 다양했습니다.

특히 재미있는 건 이 스타일이 단순히 '2000년대 스키니진의 부활'이라기보다, 90년대 톰 포드 시절 구찌가 가지고 있던 몸에 붙는 섹시한 실루엣을 현재의 언어로 다시 가져온 것처럼 보였다는 점입니다.

셀린느 — 스키니를 입어도 이렇게 입는다

셀린느는 구찌처럼 스키니 실루엣을 전면에 내세우기보다, 슬림한 데님과 재킷·셔츠 같은 테일러링 아이템을 함께 매치하는 방식으로 풀어냈습니다. 그래서 같은 스키니 팬츠라도 분위기가 꽤 다릅니다. 구찌가 몸의 실루엣 자체를 강하게 드러내는 쪽이라면, 셀린느는 상의와 재킷으로 균형을 잡으면서 조금 더 현실적인 도시 룩으로 끌어온 느낌입니다.

프라다 — 2027 SS 남성 컬렉션에서 본격화

프라다는 2026 FW보다는 2027 봄/여름 남성 컬렉션에서 다양한 스키니진 스타일링을 선보이며 화제를 모았습니다. 스키니 트렌드가 한 시즌에 그치지 않고 다음 시즌까지 이어지는 흐름이라는 걸 보여주는 사례이기도 합니다.

 

구찌의 스키니진셀린느의 스키니진프라다의 스키니진
구찌, 셀린느, 프라다의 스키니진


3. 부담스럽다면, 시가렛 팬츠부터

스키니가 부담스럽다면 가장 현실적인 대안은 시가렛 팬츠일 것 같습니다. 다리에 붙지만 발목까지 꽉 조이지 않고, 전체적으로 곧게 떨어지는 슬림한 실루엣입니다. 스키니의 날씬한 느낌은 가져가면서도 종아리와 발목의 부담은 조금 덜합니다.

26FW 런웨이에서는 이자벨 마랑, 스텔라 맥카트니, 구찌가 시가렛 진을 선보였는데, 기장에 따라 분위기가 갈립니다. 구찌·스텔라 맥카트니처럼 발등까지 덮는 긴 기장은 여유롭고 다리가 길어 보이는 인상을, 이자벨 마랑처럼 발목 위에서 끝나는 기장은 경쾌하고 신발이 강조되는 인상을 줍니다.

몸을 압박하지 않으면서 정돈된 인상을 주는 슬림 스트레이트 핏도 있습니다. 그래서 이번 시즌에는 스키니 → 시가렛 → 슬림 스트레이트처럼 선택지가 이어진다고 보면 편할 것 같습니다.

에르메스의 스키니진
에르메스의 시가렛 팬츠 (이미지 출처 - 에르메스 공식 홈페이지)


4. 그런데 왜 다시 스키니일까?

패션은 이상하게도 한쪽으로 계속 달리지는 않는 것 같습니다. 와이드 팬츠가 몇 년 동안 이어지면서 바지의 폭은 점점 넓어졌습니다. 그러다 보니 이번에는 반대로 허벅지와 다리선을 드러내는 실루엣이 새롭게 눈에 들어오기 시작한 거죠.

하지만 지금 돌아오는 스키니는 예전 스키니와 완전히 같지는 않은 것 같습니다. 로우라이즈와 섹시함을 전면에 내세우는 스타일도 있지만, 한편에서는 테일러드 재킷이나 긴 아우터와 함께 입으면서 전체적인 비율을 조절합니다.

그래서 이번 스키니 열풍을 단순히 '2010년대 스키니의 부활'이라고 보기보다는, '한동안 너무 넓어졌던 실루엣에 다시 긴장감을 주는 움직임'으로 보는 게 더 재미있을 것 같습니다.


5. 그런데 와이드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재미있는 건 스키니가 올라온다고 해서 와이드 팬츠가 사라진 것은 아니라는 점입니다. 아크네 스튜디오처럼 여전히 슈퍼 와이드 진을 주력으로 보여주는 브랜드도 있습니다.

그러니까 지금 패션계가 '와이드 → 스키니'로 완전히 방향을 바꿨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오히려 지금은 와이드, 배기, 배럴, 시가렛, 스키니가 동시에 존재하는 과도기에 가까워 보입니다. 이렇게 보면 소비자 입장에서는 오히려 편합니다. 유행 하나를 따라가야 하는 게 아니라, 이제는 내 몸과 옷장에 맞는 실루엣을 골라 입으면 되니까요.


결국 스키니진을 다시 사야 할까?

저는 아직 모르겠습니다. 솔직히 몇 년 동안 편한 와이드 팬츠를 입다가 다시 스키니를 입으라고 하면 조금 망설여질 것 같습니다.

하지만 런웨이를 계속 보다 보니 한 가지는 확실히 느껴집니다. 스키니가 완전히 사라졌던 게 아니라 잠시 뒤로 물러나 있었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 지금 돌아오는 스키니는 예전과 똑같은 모습이 아니라, 재킷과 셔츠, 긴 아우터, 다른 볼륨의 아이템과 조합되면서 조금씩 다른 모습으로 등장하고 있습니다.

그러니 당장 스키니진을 사야 한다기보다, "아, 이제 패션의 선택지에 스키니가 다시 들어왔구나" 정도로 생각하면 될 것 같습니다. 몇 년 뒤에는 또 모르죠. 우리가 지금 입고 있는 와이드 팬츠를 보면서 "저때는 바지를 왜 저렇게 크게 입었지?" 하고 있을지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