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 9. 22. 07:31ㆍindex_패션 & 소비 💃
교토를 여행하다 보면 유난히 눈에 들어오는 물건들이 있습니다.
숫자가 큼직하게 들어간 가방, 알록달록한 양말, 그리고 일본 버선처럼 엄지발가락과 나머지 발가락이 갈라진 타비 슈즈.
한두 번이면 우연인가 싶지만 계속 눈에 띕니다.
“저거 다 같은 브랜드인가?”
궁금해서 찾아보면 바로 소우소우(SOU・SOU)입니다.
그런데 막상 매장을 찾아가면 또 한 번 고개를 갸웃하게 됩니다.
“아니, 그냥 한 건물에서 같이 팔면 안 되나?”
타비는 저쪽에 있고, 가방은 다른 곳에 있고, 여성복은 또 다른 매장에 있습니다.
조금 더 걸어가면 원단을 파는 곳도 나옵니다.
처음에는 굳이 왜 이렇게 복잡하게 해놓았나 싶었는데, 몇 군데 돌아다니다 보니 조금 다른 생각이 들었습니다.
소우소우는 하나의 브랜드를 여러 개의 작은 세계로 만들어놓은 게 아닐까?
그리고 그 작은 세계들을 한 골목에 모아놓으니, 결국 골목 전체가 하나의 브랜드처럼 느껴집니다.




소우소우, 생각보다 오래된 브랜드였다
처음에는 교토에서 요즘 뜨는 일본 브랜드 정도로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찾아보니 생각보다 오래됐습니다.
소우소우의 전신인 팀즈 디자인+문밸런스는 2002년 6월 시작됐고, 2003년 3월 지금의 SOU・SOU가 만들어졌습니다.
재미있는 건 첫 매장이 교토가 아니라 도쿄였다는 점입니다.
타비 슈즈를 중심으로 시작했고, 교토 타비 매장은 2004년에 문을 열었습니다.
그러니까 지금 교토에서 보이는 소우소우의 모습은 처음부터 이렇게 거대하게 계획된 것이 아니라, 하나씩 영역을 넓혀온 결과에 가깝습니다.
소우소우가 내세우는 콘셉트는 'Creating a New Japanese Culture', 새로운 일본 문화의 창조입니다.
전통을 그대로 재현하는 데 관심이 있는 브랜드라기보다, 일본의 오래된 것들을 지금 사람들이 입고 사용할 수 있도록 바꾸는 쪽에 가깝습니다.
타비라는 전통적인 형태에 강렬한 색을 입히고, 일본 전통 문양을 아주 현대적인 그래픽처럼 사용합니다.
그래서 소우소우 제품을 보면 일본적인데도 촌스럽다는 느낌은 별로 없습니다.
오래된 것을 그대로 가져온 게 아니라, 소우소우식으로 한 번 번역한 느낌이랄까요.
그런데 왜 매장이 이렇게 많은 거야?
소우소우를 처음 보면 브랜드가 여러 개인 것처럼 보입니다.
타비 매장이 따로 있고, 가방 매장이 따로 있습니다.
여성복과 남성복도 나뉘어 있고, 원단을 파는 곳도 있습니다.
알고 보면 전부 소우소우입니다.
예를 들어,
- 소우소우 타비에서는 타비 슈즈를
- 소우소우 키코로모에서는 여성복을
- 소우소우 케이이에서는 남성복을
- 소우소우 호테이에서는 가방과 후로시키 등을
- 소우소우 소메오리에서는 원단을
- 소우소우 이세모멘에서는 전통 직물을 활용한 제품을
- 소우소우 와라베기에서는 아동복을
- 소우소우 오쿠리모노에서는 선물용 잡화를 판매합니다.
여기에 일본풍과 서양식 의복을 연결한 요우소, 스포츠웨어 라인인 데포르타레까지 있습니다.
처음 보면 “브랜드가 참 많네” 싶지만 사실은 반대입니다.
브랜드가 많은 게 아니라, 하나의 브랜드 안에 작은 브랜드처럼 보이는 세계를 여러 개 만들어놓은 겁니다.
이게 꽤 재미있습니다.




하나의 브랜드를 굳이 여러 개처럼 만든 이유
예를 들어 일반적인 브랜드라면
소우소우
여성복
남성복
신발
가방
잡화
를 한 매장에서 팔 수도 있을 겁니다.
그런데 소우소우는 그렇게 하지 않았습니다.
타비를 보러 갔다가 가방 매장이 눈에 들어오고,
가방을 보고 나오면 또 다른 매장이 보입니다.
“여기는 뭐지?”
하고 들어가 보면 원단을 팔고 있습니다.
조금 더 가면 옷을 파는 매장이 나오고요.
결국 한 매장을 구경하고 나오는 것이 아니라 골목을 따라가면서 소우소우를 하나씩 발견하게 됩니다.
저는 이게 소우소우의 상당히 영리한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한 매장에 모든 것을 넣었다면 쇼핑은 훨씬 편했겠지만, 아마 지금처럼 '구경하는 재미'는 덜했을 겁니다.
소우소우는 상품을 한꺼번에 보여주는 대신, 하나씩 발견하게 만든 것에 가깝습니다.


그래서 매장이 아니라 '소우소우 마을'처럼 보인다
현재 소우소우의 주요 매장들은 교토 가와라마치 일대에 모여 있습니다.
이 골목을 걷다 보면 재미있는 장면이 나옵니다.
처음에는 그냥 작은 가게 하나였는데,
조금 걸으니 또 소우소우가 나오고,
또 걸으니 다른 이름의 소우소우가 나옵니다.
그런데 색감과 패턴, 간판과 분위기가 이어지니까 어느 순간부터는 각각의 매장을 따로 보지 않게 됩니다.
“아, 여기가 소우소우 거리구나.”
하는 느낌이 생깁니다.
실제로 공식 매장 정보에서도 여러 매장이 각각의 카테고리를 가지고 운영되고 있습니다. 그리고 2026년에는 교토 우즈마사 에이가무라에도 소우소우 센야라는 별도의 매장이 추가됐습니다.
그러니까 지금의 소우소우는 단순히 “매장이 많은 브랜드”라기보다,
브랜드가 있는 장소 자체를 하나의 경험으로 만들어가는 쪽에 가까워 보입니다.



가만히 보면 소우소우는 계속 자기 영역을 넓혀왔다
소우소우가 재미있는 건 여기서 끝나지 않습니다.
처음에는 타비 슈즈와 일본 전통 의복에서 출발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계속 새로운 영역을 붙였습니다.
그중 하나가 르꼬끄 스포르티프와의 협업입니다.
2007년부터 협업을 시작했고, 2008년에는 아예 별도 매장도 열었습니다.
일본 전통 의복을 현대화하던 브랜드가 스포츠 브랜드와 만난 겁니다.
이후에도 다양한 콘텐츠와 브랜드와 협업했고, 2024년에는 자체 스포츠웨어 라인인 데포르타레도 시작했습니다.
이렇게 보면 소우소우가 성장한 방식은 조금 독특합니다.
매번 완전히 새로운 브랜드를 만드는 게 아니라,
이미 가지고 있는 소우소우의 색깔을 다른 영역에 가져가는 방식입니다.
타비에도 소우소우의 색깔이 있고,
가방에도 있고,
아동복에도 있고,
스포츠웨어에도 있습니다.
그래서 새로운 상품이 나와도 소비자는 낯설지 않습니다.
“저것도 소우소우네.”
하고 알아봅니다.
이게 브랜드가 오래 살아남는 데 꽤 중요한 힘이 아닐까 싶습니다.
소우소우는 왜 이렇게 기억에 남을까
생각해보면 일본에는 전통 문양이나 일본적인 소재를 현대적으로 풀어내는 브랜드가 소우소우 하나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그런데 소우소우는 유난히 눈에 잘 들어옵니다.
숫자가 큼직하게 들어간 가방.
강렬한 색의 양말.
타비 슈즈.
독특한 패턴.
멀리서 봐도 “어? 소우소우인가?” 하고 알아볼 만한 요소가 있습니다.
브랜드가 자기만의 얼굴을 아주 일찍 만든 셈입니다.
그리고 그 얼굴을 옷에도 붙이고, 가방에도 붙이고, 신발에도 붙이고, 잡화에도 붙입니다.
그러니 제품 하나하나는 달라도 전체적으로 보면 같은 브랜드처럼 느껴집니다.


그런데 한국 사람들에게는 조금 다른 매력도 있는 것 같다
소우소우는 최근 한국인 관광객들의 교토 쇼핑 리스트에서도 자주 보입니다.
하지만 생각해보면 이것도 재미있습니다.
소우소우는 2000년대 초반부터 존재했던 브랜드입니다.
그러니 정말 갑자기 생긴 브랜드라기보다는 오래 있던 브랜드가 일본 여행이 다시 활발해지면서 새롭게 발견된 경우에 더 가깝습니다.
그리고 한국에서는 쉽게 접하기 어려운 브랜드라는 점도 있습니다.
교토에 가야 제대로 볼 수 있고,
그 골목을 직접 걸어야 하고,
여러 매장을 직접 돌아봐야 합니다.
그래서 소우소우 제품을 하나 사면 단순히 물건 하나를 사는 것과 조금 다른 느낌이 생깁니다.
“교토에서 이걸 발견했다.”
이 기억까지 같이 가져오는 거죠.
특히 소우소우의 제품은 사진으로 찍어놓으면 꽤 눈에 띕니다.
숫자 패턴 가방 하나만 들고 있어도 평범한 일본 기념품과는 조금 다르고요.
결국 상품의 디자인 + 교토라는 장소 + 직접 찾아가서 산 경험이 한꺼번에 묶입니다.
이런 점도 소우소우가 여행객들에게 유독 기억에 남는 이유 중 하나가 아닐까 싶습니다.

결국 소우소우는 '큰 브랜드처럼 보이는 법'을 알고 있었던 것 아닐까
이 글을 쓰면서 소우소우를 처음 생각했던 것보다 조금 다르게 보게 됐습니다.
처음에는
“왜 매장을 이렇게 쪼개놨지?”
가 궁금했습니다.
그런데 하나씩 찾아보니 이야기가 이어집니다.
타비에서 시작하고,
자기만의 패턴과 색을 만들고,
그 디자인 언어를 옷과 가방과 잡화에 계속 가져가고,
카테고리가 늘어날 때마다 작은 세계를 하나씩 만들고,
그 세계들을 교토의 한 골목에 모아놓았습니다.
그리고 다른 브랜드와 협업하면서 또 다른 영역으로 확장했습니다.
결과적으로 어떻게 됐을까요?
하나의 브랜드인데 여러 브랜드가 있는 것처럼 보입니다.
매장은 여러 개인데 하나의 마을처럼 느껴집니다.
상품은 서로 다른데 한눈에 같은 브랜드라는 걸 알아볼 수 있습니다.
저는 이게 소우소우의 꽤 영리한 점이라고 생각합니다.
거대한 브랜드가 먼저 있고 그 아래에 수많은 라인이 생긴 것이 아니라,
하나의 정체성을 아주 오래 붙잡고 있으면서 그 주변에 계속 새로운 생명을 붙여온 것에 가깝습니다.
그래서 소우소우가 파는 건 결국 옷이나 가방만은 아닌 것 같습니다.
“이것이 소우소우다”라는 하나의 취향과 문화를 계속 다른 모습으로 경험하게 하는 것.
그걸 매장 하나가 아니라 골목 전체에서 보여주고 있는 거죠.
그래서 소우소우의 교토 매장을 돌아다니다 보면 이런 생각이 듭니다.
브랜드가 꼭 커야 큰 브랜드처럼 보이는 건 아니구나.
하나의 색깔을 오래 유지하면서, 그 주변에 얼마나 많은 이야기를 만들어내느냐가 더 중요할 수도 있겠구나.
아마 그래서 소우소우의 매장은 여러 개의 가게가 아니라, 정말 작은 '소우소우 마을'처럼 느껴지는지도 모르겠습니다.
https://youtube.com/shorts/gA2zM8ZkKL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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